장한결 회원 글모음1.
시작
출발점은 다 다를 수 있다.
계기도 다르고 동기도 다르고
관점도 당연히 제각각이다.
하지만 그 안에 모두의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는 것이다.
서로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저 사람의 입에서 나와 다른 생각이 뱉어지는 것을 불안해하지 말자.
연대를 환영하자.
모두의 변화를 위해, 나 자신에게 주어지는
갑작스러운 도전과 돌발을 무덤덤하게 반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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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눈을 떴다.
이것은 시작이었다.
쉬지않고 연발하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좀 멎었나
산 아래를 살짝 보니
성냥불 만한 불바다가 보인다
오늘은 저 마을이구나
피가 파도를 치고
시쳇더미는 그 자체로 무덤이 되었다
피비린내 진동하는 무덤옆에서
비위좋게 담배를 꼬나 문
저 파란 눈알의 이방인들이
죽어서도 분하고 역겹고
무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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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그 시절 제주도민은
그래야하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어쩔 수 없었다
일단 몰아내는 게 급하니까
사람은 밭에서 태우고
집은 그 자리에서 태웠다
그래도 기어이 살아야하니까
송장거름 먹은 감저를 캐먹고
피로 물든 바다에서 물질을 했다
누구라도 알아야지
누구라도 알려야지
그 날 이 곳에서 누구 네가 죽었노라고
누구 네가 죽임을 당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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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여전히 고통스럽고 분노스럽다. 나는 이 나라의 국민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나라,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너무 소중하다. 그래서 나는 세월호에 어떤 원한을 가질 만한 일도 없지만 그냥 세월호가 너무 싫고 밉다.
이 땅에서 발 붙이고 함께 살고 있어도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닌 사람들이 있다. 이 나라에서 크게 미련없는 사람들, 자신도 세월호와 노동착취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생각할 필요도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말하면 떠올리게 되는 모든 이들이 신기하게도 세월호 참사에 연루되어 있다.
세월호를 철저히 남 일로 취급할 수 있는 사람들, 나는 그렇지 않은데, 그럴 수가 없는데. 결국 이 사람들이 나도 죽일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언제든 국가로부터 살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