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모임 작품

[겨울]<12.04 장한결 회원 작품> 나와 산타

장ㅎ결 2021. 12. 4. 22:01

나는 산타를 믿어본 적이 없다. 최소한 내 기억에는 그렇다. 산타를 믿고 안 믿고를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것 같다. 산타를 믿었냐, 몇 살 때까지 믿었냐 한다면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래봤자 태어난 지 10년도 안된 유년기, 나는 그만큼 내 나름대로 바쁘고 정신없었다.

그냥 믿으면 믿는 거고 말면 마는 거지. 큰 의미부여를 할 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괜히 후회가 된다. 

그 시기에만 겪어볼 수 있는, 그 나잇대에만 누릴 수 있도록 정해진 것들이 있다. 서른이 머지않은 지금 산타 타령하는 게 스스로도 우습지만 그냥 여섯살 때 크리스마스와 떠올릴 추억 하나 없다는 게 조금 씁쓸한 것이다.

딱히 뼈저리진 않다. 이제는 크리스마스도 알고 산타도 안다. 나름 기분을 낼 줄도 안다. 그래서 추억도 계속 쌓으려고 한다.

생각보다 평생 가져가는 기억이 많다는 유년기. 내 유년기 추억에 겨울도, 크리스마스도, 산타도 없지만 성인이 되어 의식적으로 만들어가는 추억도 못지않게 기쁘다. 매 년 다 기억할 수 없을 것이고 스쳐지나가는 날이 많을 수도 있지만 추억 하나 없는 겨울로 살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