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죄가 없다
햇빛 한 줄기 없고
하루종일 빗줄기가 공기를
짓누르는 날
그 날 내 기분이 우중충했던 것은
우중충한 날씨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내 마음이 그 날 따라 그랬던 거고
우연찮게 날씨가 궂었던 거 아닐까
햇살 흐드러지게 내리쬐고
꽃들이 만개하다 못해 쏟아지던
먹구름마저 녹여버릴 것 같던 한낮에
절망을 겪어본 일이 있는가
배신감 느껴질 만큼 따뜻한 날씨에 압도되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우울과 울음을 꾸역꾸역 눌러본 적은 없었나
때때로 우리는 우리 마음의 책임을 자연에게 떠넘긴다
비라고 해서 꼭 우울하기만 한 적도 없고
햇살이라 해서 따뜻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때때로 감당안되는 기쁨이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말도 안 나오게 나를 억누르는 상처가
내 뒷덜미를 따갑게 긁어대는 태양에 비유될 수도 있다
날씨가 어떻고 시간이 언제고
비오는 날이고 해뜨는 날이고
우리는 개의치 않고 살아가자
해가 때되면 빛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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