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 날은 마음이 송글송글해진다.
겨울에 내렸던 눈으로 눈싸움을 했던 어린시절의 내가 떠올라서였을까?
눈싸움을 할 때의 나는 그저 놀이로 보였을진 몰라도 처절했다. 상대편의 몸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눈을 때리기 위해 노력했다. 눈을 똘똘 뭉쳐 내 작은 두 손에 한가득 옮기기 시작했다. 손은 빨개지다 못해 홍시처럼 변해갔다. 코에선 콧물이 흘렀지만 그 콧물조차 점차 얼어갔다. 그 순간 내 몸에 눈덩이가 둥그르르 맞춰진다. 그 순간 나는 분노가 차오른다. 상대편도 나와 같이 손이 부르트도록 눈덩이를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눈싸움을 하다가 잠시 멈춰섰다. 내가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인지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와 상대라고 묶여진 범주가 혐오스럽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아닌 놀이가 처절하게 바뀐 것은 나라는 사람을 타인과 구분시켜놓고 타인을 혐오하고 이기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이 한파에 나는 덜덜 추위를 떨다가 문득 이 추운 날 전쟁을 하고 있었을 우리 과거의 조상이 떠올랐다.
그건 우리네의 눈싸움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 어떤 싸움도 정당화 될 순 없다. 6.25 전쟁도, 우리가 승리했던 전쟁도 내 편과 적을 나누기 시작하면 처절해지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나라로 구분되어 있고, 민족도 있고 종교도 있고 나이도 있으며 성별로도 범주화 될 수 있다. 이렇게 네편 내편을 만들어가면 서로 힘들어진다. 해결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가 눈싸움놀이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눈싸움의 상황 밖에서 놀이를 관망해야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사실 중요하지만 우리는 행복하려고 태어난 존재가 아닌가?
그러니 놀이 밖으로 나와 눈싸움에서 눈놀이로 변모해가도록 해야한다. 우리모두가 눈 송이송이를 즐기고 눈을 보며 추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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